무언가를 잊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어쩌면 잊는다기보단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잠시 묻어뒀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묻어둔 기억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가끔 자려고 누워있다가 떠올리기 싫은 사건들이 생각나서 이불킥 하는 날도 있다.
그중에서도 탑은 당연히 사람을 잊는 일. 누군가는 한 달 두 달 만에 금방 새로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나는 그게 안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내게 닿은 인연들을 나는 미련하게 붙잡고 있다. 나의 오랜 친구들,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의 누군가라도 가능하다면 함께하고 싶고 오래 연락이 닿지 않거나 끊겨서 잊고 지내더라도 한 번씩 잘 지내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그런데 또 적극적으로 연락하는 성격은 못돼서 종종 인스타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신년인사 정도로 대신한다. 아니면 생일이라던가. 근데 나만 이렇게 인연을 붙잡고 있나 생각이 들 때면 섭섭한 기분도 들고 나도 괜히 더 이상 챙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우습다.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먼저 연락하는 건 당연한데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요즘 들어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은 꽤나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과는 연락을 잘 안 하게 된다. 중2 때 친구 없이 지냈던지라 중1과 중3 때 만난 친구들이 되게 오래 갈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둘 다 결혼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오늘은 오래된 친구들이 그리운 날이다. 잊고 싶지 않은 내 오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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