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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드라마. 예능. 기타

붉은 달 푸른 해, 드라마. 줄거리 및 감상.

by 보통의아이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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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

 

2018.11.21~2019.1.16 사이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다. 드라마 소개 글을 보면,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라고 소개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김선아, 이이경 배우가 주연을 했던 작품.

 

2018.11.21~2019

 

드라마는 뭐랄까. 좀 오묘했다.

기묘하고 슬픈 이야기라고 써놨듯이 평범한 스릴러물은 아니다. 의문의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계속 나오는데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그 아이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드라마 소재 자체가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다 보니 보다 보면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만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분위기가 너무 일관되게 우중충 하다 보니 시청률 면에서 승승장구하진 못했던 것 같다.

 

아쉽다.

이런 드라마가 화제가 되어 사람들이 좀 더 아동 학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봤는데 예전에 문근영 배우가 주연을 했던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시간이 날때 몰아서 보고 싶다.

 

드라마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차우경은 아동심리상담을 하는 선생님, 강지헌은 강력계 형사이다. 차우경은 임신한 몸으로 평범한 생활을 해오다가 실수로 한 남자아이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든다. 그때부터 차우경의 삶은 엉망이 되고, 강지헌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근무하고 있는 센터 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아동 학대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씩 들춰지게 된다.

 

좀 놀라웠던 것은 차우경이 믿고 따르는 엄마가 사실은 계모였다는 사실이나, 계속 귀신처럼 망상처럼 맴돌던 의문의 아이에 정체를 알게 됐을 때. 그리고 마치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것처럼 아동 학대범들만 골라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까지. 드라마 내용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교묘하게 어린아이들을 조종하고 세뇌시켜가며 자신의 죄를 숨기는 정말 쓰레기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슬펐다.

또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아동 학대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정말 사랑이라는 착각 속에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는 것.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단순한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꼭 있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더 무섭고 슬픈 드라마였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나쁜 사람만 벌주는 나쁜 사람이라니.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솔직한 말로 나도 경찰들이 그 범인을 못 잡기를 바랄 것만 같다.

 

 

드라마에서 범인에게 죽는 사람들은 아동 학대범들이다.

물론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분노로 살인을 저지르며 산다면 안될 말이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힘이 없는 어린 아이. 평생 남편에게 매 맞고 사는 힘없는 부인을 대신하여 살인을 하니 결국 드라마를 보면서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형사도 그런 말을 한다. 처음엔 아동학대범이 죽었을 때 잘 죽었다는 식으로 당신도 사실은 범인을 잡기 싫을거 아니냐고 말하는 주변인을 보면서 화를 참으며 다 똑같은 살인자라고. 나는 형사이니 잡을 것이고 그게 내 일이라고. 무지무지 잡고 싶고, 잡게 된다면 뿌듯할 것 같다며 쏘아붙인다.

하지만 드라마가 후반으로 가면서 형사가 다시 말한다. 여전히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고 잡고 싶다고. 꼭 잡아야 겠다고. 그리고 범인을 잡는 그 순간, 그는 뿌듯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끝은 결국 차우경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하는데, 범인과 차우경의 대화가 마음 깊이 사무친다.

 

"마음이 바뀐거야?"

"내 마음은 항상 같았어. 살아있음은 기회, 가능성. 난 그걸 택할래."

"네 선택이 맞다고 생각해? 화 안나?"

"화나지. 죽이고 싶고 밉고. 근데 누군가에게 종말을 고하기엔 내가 지은 죄가 너무 많아. 내가 결백하지 않은데, 내가 누굴 심판해."

 

드라마 초반 차우경은 실수로 남자아이를 차로 치어 죽였다. 아무도 찾지 않던 고아인 아이.

외롭게 죽은 그 아이를 놓지 못하고 스스로 망가진 사람. 이미 죽은 그 아이를 위해 부모를 찾고 스스로 벌을 받길 원했던 사람.. 그러면서도 예민하고 고통에 민감한 사람.

 

사람은 누구나 상처 받고 무너지면서 살아간다. 불행 앞에 분노하고 발악하면서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 결과 다른 이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되기도, 차우경처럼 스스로의 결백하지 못한 부분을 되뇌며 참아가기도 한다. 범인의 입장에서 같이 분노하며 드라마를 다 봤는데, 우습게도 마지막에 저 대화 때문에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좀 찜찜했다. 정말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

아동학대 이야기를 떠나 그냥 나 스스로 살면서 단 한 번도 타인에게 상처 준 적이 없었을까? 내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도 무심코 던진 한 단어, 어떤 웃음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됐을 수도 있을 텐데. 나는 과연 결백한 사람일까?

 

드라마는 참 흡입력 있고 좋았다. 하지만 괜히 나 스스로 부끄러운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어 기분 좋은 끝맺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이 엄청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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