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애, 완결 웹툰 줄거리 리뷰.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에 대해
허니비 작가님의 웹툰 <아는 여자애>
ㅠㅠ 오랜 기간 끙끙대며 읽었는데
드디어 완결이 났다.
이전 작품들부터 작가님의 통수들은
나를 너무 벙찌게 했었는데-
그래도 너무 그림체도 예쁘고..
내용도 재밌어서 다 용서(?)가 된다.
특히 감성적인 부분들을
너무 잘 자극하시는 듯.
아는 여자애의 짧은 줄거리는
남몰래 짝사랑했던 남자애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고
이후 자꾸만 꿈에 그 남자애를 보다가
우연한 계기로 꿈과 환상의 나라로..
가 아니라 과거인지 평행세계인지
알 수 없는 예전 시간대로 되돌아가는.
그래서 아직 눈앞에 살아있는
그 남자애를 살리고자 하는.
그냥 아는 여자애가 아닌,
그 아이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싶어 하는
한 번쯤은 상상해봄직한 이야기다.
우연히 돌아간 과거에서
그땐 못했던 후회스러운 일들을
바꿔보고자 하는 그런 내용.
요즘 자꾸만 꿈에 죽은 첫사랑이 나와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꿈꿔왔던 그날.
그 애는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아는 여자애의 여주인공 하영이.
학창 시절 하영이는 공부만 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어필해보지도 못하고 어른이 됐다.
자꾸만 꿈에 나오는 그 애를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좋아했지만
결국 아는 여자애 정도밖에 될 수 없었고
그리고는 끝내 볼 수도 없게 됐다.
애써 용기 내 인사를 건넨 날,
뭔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바로 그날.
하영이의 첫사랑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하영이의 시간은 계속 흘러
일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개팅도 하며 살아가다가
소개팅했던 사람과 함께 사고를 당한다.
이대로 죽는 건가 생각했지만,
눈을 뜬 하영이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하영이는 죽기 전에 재현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재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살면서 유일하게 후회했던 순간.
재현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하영이는 재현이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끊임없이 후회했던 순간들을 바꾸고
재현이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아는 여자애로 끝나지 않기 위해
하영이는 과거와 다른 선택들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운명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듯
하영이와 재현이의 사이는
뭐 하나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분명 서로 특별한 감정이 있지만
자꾸만 그게 어긋나는 게 보인다.
독자 입장에선 너무 잘 보이는데..
ㅠㅠ 지긋지긋한 엇갈림과 오해들..
물론 그 맛에 보는 거긴 하지만.
보는 내내 아주 속앓이하고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것만 같았다.
하영이와 함께 과거로 온 소개팅남 은재.
은재는 하영이에게 과거를 바꾸지 말라고
누군가의 인생이 꼬일 수도 있는 일이라며
과거를 바꾸고 싶은 하영이를 계속 말린다.
그런 은재에게 하영이는 묻는다.
과거를 바꾸고 싶지 않냐고.
은재는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사실 후회하지 않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보다 보니 은재는 과거보단
현실을 보는 타입인 것 같았다.
과거의 첫사랑보다는 지금 현재가 중요한.
현실에서 소개팅했던 하영이를 좋아했던 것.
하영 씨는 잘했어요. 충분히.
그리고 전 그 친구들보다 하영 씨가 안쓰러워요.
아마 제가 하영 씨를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은재.
정말 어른스러운 캐릭터.
여담이지만 사실 아는 여자애는..
작가님의 옛날 작품의 연장선 느낌이다.
물론 안 봐도 상관없지만 보면 더 좋은.
스핀오프 같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은재 이름 나오자마자
???
설마 그 은재? 에이 아니겠지.
이러면서 봤다. 나 같은 사람들..
아마 더 있었겠지 ㅎㅎ;;
실연소녀 옛날에 보고
정말 폭풍 열받음+분노+슬픔
세트 메뉴로 돌아가면서 느꼈었는데..
작가님이 시원시원한 것보다
고구마 백만 개 먹은 내용을 좋아하시는 듯..
그리고 항상 슬픈 내용이 있는데
진짜 ㅠㅠ 감정선 폭발시키는 듯.
은재가 그래도 아는 여자애에서는
하영이를 만나 행복해지려나?!
뭐 이런 기대로 더 열심히 본 것도 있는데
결국 메인 주인공은 하영이기 때문에..
은재는.. 그냥 서브 아닌 서브였다.. ㅎ
그래도.. 결국 해피엔딩이니 되었어..
하영이의 첫사랑 재현이.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과거에 겪었던 사고에 대한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
재현이를 보면 과거의 하영이가 생각난다.
좋아하고 마음이 가고 끌리는데
결국 마지막 한 번의 선택을 삐끗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재현이.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날 좋아한다고 말했는데도 붙잡지 못했던 건
나를 향한 모든 고백이 과거형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느린 출발을 했다.
재현이는 주체적인 캐릭터가 아니고
생각보다 멘탈이 약해서 여기저기 끌려다닌다.
본인 대신 죽은 사람의 딸에게 휘둘리고
비가 오면 트라우마에 휘청이며
가스 라이팅 당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캐릭터.
하영이 덕에 과거처럼 우울하게 끌려다니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엔딩은 피했지만
결국 하영이와는 맺어지지 못했다.
과거를 바꾸고자 열심히 손 내밀던
하영이의 손을 그저 잡기만 했을 뿐
스스로 하영이에게 손을 뻗지 못하다가
하영이가 끝내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지쳐 돌아서고 나서야
손을 내밀기 시작하는 짠내 나는 재현이
ㅠㅠ
역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인생은 뭐니 뭐니 해도 타이밍이여.
*
내 기준에서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재현이에게 하영이는
아는 여자애에서 첫사랑이 되었고
애틋했지만 결국 과거의 사람이니
이뤄지지 않는 게 어쩌면 현실적인 설정이다.
연재 중일 때도 그랬지만
여운이 꽤나 길게 갈 것이다.
나에게도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이 있으니까.
나에게도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과거로 돌아가 후회스러운 상황들을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이 딱 내 취향이었고
마무리까지 만족스러웠다.
은재가 결국 여기서도 완벽한 남주가 못돼서
그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ㅎㅎ
보는 동안 하영이에게 감정이입해서
웃고 울고 참 즐거웠다.
2019.10.13 - [리뷰/만화속세상] - 우리들이 있었다, 만화책. 우울하고 애틋한. 나의 순정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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