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부분 웹툰 완결.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던 타리 작가님의 <좋아하는 부분> 웹툰이 완결되었다.
처음 이 웹툰의 제목과 썸네일을 보고 또 어떤 재미난 만화가 연재되는 것일까 두근두근거렸다. 다만, 내 상상 속의 미리 예견된 내용은 잘생긴 두 남자와 뚱뚱한 여자 주인공 사이의 에피소드가 주력인 내용인 줄 알았다. 이를테면 잘생긴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좋아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여자 주인공을 좀 특별하게 뚱뚱한 여자로 내세운 만화인 줄 알았다.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여자라 잘생긴 남자들을 홀리는 그런 만화 말이다.
그런데 막상 1화의 첫 장면부터 이 만화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인 소우주는 말한다. 자긴 눈이 너무 높아서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고.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잘생긴 남자에게 눈이 멀어 여자 주인공답지 않은(?) 말을 한다. 공부를 시작하려던 권민우에게 너에게 도움을 줄 테니 자기와 만나 달라고 하는데, 실상 저 말의 뜻은 내가 돈을 줄 테니 너는 공부만 하고 그 조건으로 나랑 만나 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저런 말을 하다니.
보통 저런 이야기는 돈 많은 여자가 어린 남자를 꼬실 때,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주변에 있는 어떤 엑스트라들이나 하는 말이 아니던가! 그림도 어찌나 잘 그렸는지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혐오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우주를 바라보던 혐오 가득한 민우의 표정이 너무 당연시 생각되었다.
초반 만화 내용은 잘생긴 얼굴에 정신을 못 차리는 우주가 민우의 얼굴에 집착하며 같이 동거를 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민우도 우주를 이용해 먹으면서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며 우주를 기만하기 때문에 좋은 캐릭터로 그려지진 않는다. 그러다 헤어지기 위해 온갖 나쁜 말을 우주에게 쏟아붓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민우를 쉽게 놓지 못한다.
우습게도 우주에게 중요했던 건 민우의 마음이나 관심이 아니라 '민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주는 민우가 아니라 민우의 얼굴을 사랑했다.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행복을 느꼈다.
그런 우주가 강한별을 만나게 된다. 뚱뚱하지만 다정한 사람.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 처음에는 자존감도 높아 보이고 당당한 한별이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좋아하는 부분을 볼수록 한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나 잘생긴 남자가 이상형인 우주에게 뚱뚱한 한별이는 매력적이지 않았고, 민우와의 관계도 좋지 않게 끝나고 만다. 한별이와도 친구처럼 지내다가 끝내 연애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멀어진다.
이후 우주는 잘생긴 얼굴만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쳐보겠다며 시력이 나쁨에도 안경을 쓰지 않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남자에게 잘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밖에 인연으로 다시 한별이와 만나게 된다. 그것도 아주 잘생겨진 한별이를.
염치도 없이 잘생겨진 한별이를 보며 또 얼굴을 붉히는 우주와 그런 우주가 싫었던 한별이었지만, 우주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오해를 풀고 친구로서 좀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민우가 이들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롭게 진행이 된다. 민우가 정말 기억을 잃은 것인지, 또 우주를 이용하기 위해 나타난 것인지 너무 헷갈리고 궁금했다.
나는 순정, 스릴러, 호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현실감도 있으면서 조금은 특별한 설정이 첨가된 이런 성장류의 이야기가 너무 좋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메리트가 없으니 갈등 상황을 위해 나타나 주는 악연들. 나는 이 악연들이 사연을 갖고 있는 게 좋다. 좋아하는 부분에서 가장 큰 악역의 비중을 갖고 있는 게 바로 민우다.
민우는 초반부터 완결이 되는 시점까지 등장하며 우주라는 캐릭터를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화하게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민우를 대하는 우주의 태도를 통해 처음과 완결 시점에 우주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알수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 내용만 보면 민우라는 캐릭터 역시 너무 불편하다. 시작이야 상대방이 잘못했어도 잘생긴 외모를 이용하여 본인 득 볼 거 다 보고는 상대방을 조롱하는 태도가 매우 불편하게 그려진다. 그렇지만 정말 기억을 잃고 다시 나타난 민우는 조금 달랐다. 본래 민우는 그렇게 까칠하고 무작정 남을 깔보는 사람은 아니라고. 이 사람에게도 이렇게 변한 사정들이 있었다고. 누구나 사정은 있는 거라고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해본다.
나는 그래 본적이 없어서 당연히 모르고, 앞으로도 겪어보지 못할 테니 그저 민우를 통해 상상으로만 느껴본다. 너무 잘생겨서 눈에 띄고, 스토커가 따라다니고,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한결같이 욕망에 찬 눈빛들이라니. 어떤 기분일까. 나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 다가와서 일방적으로 애정을 구하는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이런 생각들을 해보면 민우가 왜 그렇게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막대하고 경멸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만화 중간중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철저하게 타인을 이용하는 캐릭터들도 잠깐씩 스쳐가지만, 주요 캐릭터들이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계기로 상처 받고, 후회하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들이 참 좋았다.
특히 한별이. 한별이는 어렸을 때 엄마가 병에 걸려 앙상하게 말라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고 마른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다. 그리고 다정하고 잘생긴 외모의 한별이는 고등학생 때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변태로 낙인이 찍혀 왕따를 당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결국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외면받고 혼자가 된 한별이는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강해 보여도 한별이 역시 상처가 많은 캐릭터였다. 뚱뚱한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만큼, 잘생긴 남자가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선 어떤 특별한 이유없인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우주가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한별이가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돈이나 스펙을 신경쓰고, 결혼할 상대방의 집안이 빵빵한지 형제자매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궁금해 한다. 그게 뭐든 상대방을 좋아하는, 아니 좋아하기 위한 이유가 하나쯤은 있으니까.
돈이나 외모를 좋아하는 것, 뚱뚱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결국은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완결 부분에서 민우나 민우의 스토커 얘기가 좀 더 확실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진행중으로 끝나는게 좀 아쉽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완결이었던 것 같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두사람이 만나 평범한 연애를 하게 되는 마무리도 깔끔하고 그림체도 예쁘고 좋았다. 그리고 드라마화도 된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완결은 났지만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됐다!
꼭 좋은 배우들과 좋은 시나리오로 드라마도 예쁘게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타리 작가님은 조금만 덜 쉬고 하루라도 빨리 다음 작품으로 찾아오면 좋겠다. 허허.
이것도 맞고 그것도 맞아! 난 잘생긴 사람도 좋고 너도 좋아
아니야 너는 그냥 잘생긴 사람보다 더 좋아!
진짜야 내가 너무 양심도 없이 너 좋아해서 미안해
그래도... 진짜로 니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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