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200%, 완결 웹툰 줄거리. 아이돌과 아이돌 덕후의 영혼 체인지!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가?!
아니영 작가님의 웹툰, <라일락 200%>
이전에 우연히 매일 무료로 영광의 교실을 먼저 봤다.
영광의 교실을 보는 내내 찜찜하던 기분이 생각난다.
볼 때도 보고 나서도 찜찜하던, 하지만 기억에 남던 웹툰.
작가님 이름 한 번 보고, 그림체 한 번 보고 기억에 새겨뒀었다.
그러다 어느 날 라일락 200% 라는 웹툰의 썸네일을 보게 되는데-
어딘가 묘하게 잘은 모르지만 봤던 그림체 같은 기분이 들고
미묘하게 끌리는 기분이 들어 클릭해 들어갔다.
그리고 아니영 작가님의 이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읽기 시작!
사실 최애 아이돌 나오는 얘기는 결말이 좀 뻔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A가 있지만 싸우고 정드는 아이돌 B랑 사귀거나
아무튼 어쨌든 저쨌든 A 말고 걔 근처에 있는 누구랑 꼭 정들어서 걔랑 사귐
아이돌 A가 날 좋아하게 되지만
나는 또 그를 두고 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러니
근데, 라일락 200%는 최애가 내 남자 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 줄거리에 신박한 요소가 첨가되어있다.
최애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과 내가 영혼이 바뀌는 것.
심지어 그 여자 아이돌이
나와 한때는 가까운 사이였던 앙숙 같은 사이라는 것(?)
와우.
전작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서 일단 처음에 한 번 놀라고.
신박한 줄거리에 또 한 번 놀라고.
와중에도 작가님 특유의 찜찜한(?) 분위기도 한 스푼.
소재만 놓고 보면 우당탕탕 연애 스토리로 볼 수도 있겠지만,
라일락 200%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성장물인 게 분명하다.
이름도 외모도 성격도 삶도 모두 정 반대인
연하늘과 진분홍.
두 사람의 몸이 바뀌기 때문에 둘 다 메인 주인공이라 생각하지만
하늘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많기에
편의상 하늘이를 주인공으로 기재하며 글을 쓰겠다.
컴퓨터에 가끔 로빈의 사진을 켜둔다. 연하늘에게서 풍기던 향기. 목소리만큼 밝고 화려한 옷장. 기분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 그런데도 들킬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게 고작- 그냥.
내가 궁금한 건, 내가 된 연하늘 주변도 이렇게 많이 눈치챘을까, 하는 거야. 혹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더 최악은, 눈치챘으면서 모른 척하고 있거나. 정말 그런 거라면 너무 쓸쓸하잖아.
대세 아이돌 그룹 체리걸스의 센터, 진분홍.
외모로 먹고사는 연예계에 딱 맞는 외모,
걸그룹 개인 브랜드 평판 1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아이돌 그 자체.
진분홍은 한창 잘 나가는 여자 아이돌이며,
주인공 하늘이가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 로빈이의 짝사랑 대상이었다.
또한, 주인공 하늘이와 한때는 친구였던.
이제는 사이가 틀어진 사이 이기도 하다.
사실 분홍이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가난하고 불우한 가족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엄마에게는 오빠가 항상 우선이었고 마음 둘 곳 없는 아이였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왔고,
끝내 아이돌이 되어 최정상까지 올라갔다.
분홍이와 하늘이는 학교 졸업 후 콘서트장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하늘이와의 재회 첫 장면부터 잔뜩 날이 선 듯한 분홍이의 말.
초반에 분홍이 소개에서 너무 샤랄라하게 나왔기 때문에
쟤는 왜 저렇게 무서운 표정일까;;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왜 저렇게 화가 난 표정인지 너무 궁금했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분홍이가 외모와는 다르게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야 했던 삶들이 나오면서
왜 저렇게 날카로운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한때는 내가 진분홍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건 아니야. 너도 알고 있잖아. 진분홍인채로가 아니라 그냥 살고 싶어.
한때 스스로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100점짜리 인간이 되지 못한 채로 늦었거나, 늙었거나,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실패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깨달은 거예요. 우리는 살면서 쉽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결국 내가 되는걸요. 100점짜리 사람이 되길 바라며 보낸 시간이 아까워요.
이제는 그냥 100% 내가 되고 싶어요.
아이돌 덕후, 연하늘.
본인 힘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
엄청난 재력의 부모님 밑에, 외동으로 자란 귀한 딸.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아이.
부족함 없이 항상 차고 넘치게 자라서인지
남들에게 돈 쓰는 일에 아끼지 않고 베풀지만
오히려 그게 하늘이에게 상처로 되돌아온다.
갑질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고 태어나보니 부잣집이라
있는 거 좀 쓰며 살겠다는데, 항상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는 하늘이.
최애 로빈의 콘서트장에서 뒷담화를 듣게 된 하늘이.
그리고 분홍이를 만나 하루 일정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결국 콘서트장을 나서는데
분홍이를 만난 탓인지..
분홍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뛰쳐 나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분홍이 또한 하늘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두 사람은 이 교통사고를 기점으로 영혼이 바뀌게 된다.
분홍이가 되고 싶었던 하늘이와
쉬고 싶어서 모든 것을 놓으려던 분홍이
아니, 어쩌면 하늘이가 되고 싶었을 분홍이.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영원히 가질 수 없던
그래서 더 탐나는 것들을 한 순간에 손에 넣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하늘이가 메인 주인공이 되어 웹툰 내용이 전개되는 이유는
외적인 축복이나 보여지는 성공의 모습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타인의 빛나 보이는 삶보다
지금의 내 삶이 얼마나 더 가치 있는 것인지 고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닐까 싶다.
연하늘은 연하늘이니까. 그냥 너라서 좋은 건데. 이유가 있어야 해?
하늘이의 소꿉친구, 임 찬.
하늘이의 겉모습이 아닌 하늘이 자체를 좋아해 주는 친구.
그리고 이성으로 하늘이를 좋아하는 찬이.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었을 때 예쁜 분홍이의 껍데기가 아닌
그 안에 있는 하늘이를 알아보고 걱정하고 찾아가는 아이.
변한 나를 거부감 없이 믿어주고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건 정말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이 아닐까?
찬이 같은 캐릭터는 정말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현실 세상에선 만나보기 힘든 캐릭터인 것 같다.
하늘이가 된 분홍이는 찬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주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분홍이는 하늘이가 질투났을까. 부러웠을까.
아마 분홍이는 찬이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됐던 게 아닐까 싶다.
사랑받는 하늘이가 부럽고 진짜 연하늘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ㅠㅠ
말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사고 이후로 내가 새롭게 보여서 나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갑자기 눈물이 많아질 수도 있는 일이고,
기억을 잃은 누나가 사인을 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누나는 이상하지 않고 괜찮은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이었다.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니까.
변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인 일은 있을 수 없으니까.
진분홍에겐 아는 동생, 연하늘에겐 사랑스러운 최애, 아이돌 로빈.
로빈이는 진짜 진분홍을 좋아했다. 짝사랑했다.
항상 차갑고 냉정했지만 그래도 로빈이는 분홍이를 좋아했는데.
그랬었는데-
눈길 한번 안 주던 분홍이가 교통 사고 후 완전히 변했고
분홍이가 된 주인공 하늘이와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물론, 교통사고로 그냥 좀 달라졌다고만 생각했을 테지.
처음에는 그랬겠지만,
분홍이가 분홍이 답지 않은 말과 행동들을 할 때
로빈이는 애써 의심을 지워가며 분홍이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물론 영혼이 바뀌었다는 허무맹랑한 생각 따위 당연히 못할 듯;;
다만, 찬이라는 캐릭터와 로빈이가 좀 비교되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데.
그렇게 차갑던 사람이 따뜻하게 대해주는데..
다른 사람 아니냐는 생각보단 당연히 너무 좋다는 생각이 먼저일 듯.
잠깐은 행복했겠지만,
결국 그토록 좋아하던 로빈이에게 분홍이 몸에 있는 하늘이가 먼저 이별을 고한다.
라일락 200%는 주인공 하늘이와 분홍이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환경에 학대와 차별을 받으며 자라왔던 분홍이와
부유하고 사랑받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분홍이처럼 늘씬하고 예쁜 외모를 갖지 못한 하늘이.
딱 잘라 누구의 삶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누구나 아무리 갈망해도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 있는 법이고,
내 옆에 있는 타인의 삶이 더 좋고 행복해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또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하늘이의 깨달음처럼 결국 나는 내가 될 뿐이다.
처음에 두 사람은 나 아닌 새로운 삶에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흥미를 느끼고
이 삶을 지속하는 게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삶에 진정한 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모습을 흉내 내며 사는 것에 지치게 된다.
그리고 라일락 200%가 더욱 좋았던 것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서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본래에 생활로 돌아갔다. 끝.
이런 식이 아니라는 것!
다시 서로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짧게나마 뒷얘기를 보여줬던 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사실 몸이 다시 돌아갔을 때 아 끝났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분홍이는 원치 않던 국민 첫사랑 노릇을 관두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본인이 진짜 원하는 대로
새롭게 다시 아이돌 생활을 이어가고
하늘이는 부모의 돈으로 백수생활하던 모습을 벗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하며 일자리를 찾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해로 끝났던 관계가 특별한 계기로 다시 이어지고
그리고 다시 친구가 되어 함께 나아가는 성장물. 너무 재미있었다.
사랑 얘기인 줄 알았는데, 두 여자의 성장물이었던 것으로.
라일락 200% 뜻이 뭔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100%를 더해 200%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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