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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화속세상

그날 죽은 나는, 웹툰 완결. 소름끼치는 사람 심리에 대한 이야기

by 보통의아이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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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죽은 나는, 웹툰 완결. 소름끼치는 사람 심리에 대한 이야기

 

웹툰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아서 눈길이 갔다.

나는 중간에 내용이 끊기거나 기다리는 게 싫을 때

종종 완결된 웹툰을 찾아보는데

이 웹툰 제목이 너무 눈에 들어왔다.

 

그날 죽은 나는. 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종이 만화책이 아닌 요즘의 인터넷 속 만화들은

당연하게도 컬러풀하게 채색되어 있는데

그날 죽은 나는 웹툰은 온통 검은색으로 되어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이 전학을 가면서 시작된다.

과거 친구들과의 트러블을 계기로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 된 주인공은 전학 간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이 동경하던 소미라는 친구에 대해 궁금해한다.

 

소미는 어느 무리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주위에 항상 사람들이 많은 눈에 띄고 인기 많은 아이였다.

 

주인공이 알고 있던 소미에 대한 이미지.

하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 주인공 이영은 몰라보게 달라진 소미를 만나게 된다.

 

같은 양궁부 에이스였던 소미. 반짝반짝 빛이 났던 소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반 아이들조차 소미를 없는 사람, 미친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소미가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서 성격이 예민하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

 

주인공 이영 또한 주변 눈치를 보며 소미에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소미는 이영의 눈앞에서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고 만다.

그날 이영은 옥상에 또 다른 누군가 어렴풋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잘못본거라며 스스로 되뇌며 그날의 사건을 잊고자 한다.

 

어떤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것.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것.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이영은 그런 것들이 싫었다.

소심하게 눈치만 보며.. 평범하게 시간이 그저 흘러가길 바랬다.

 

하지만.

 

이 한 통의 문자를 시작으로 주인공 이영의 학교생활은

단단히 꼬일 대로 꼬이게 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S라 불리는 문자 너머의 존재는 이영에게 사소한 부탁을 시작한다.

이를테면 a에 있는 물건을 b라는 공간으로 옮겨달라는 내용의.

아주 사소하고 별 볼 일 없는 부탁들.

 

겁 많고 소심한 이영은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의심하면서도

일단 S가 원하는 대로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한다.

 

그날 죽은 나는 웹툰을 실시간으로 볼 때는 계속 의문이었다.

이게 무슨 내용의 웹툰이지?

소미의 죽음을 쫒는 내용이 아니었나?

S는 뭐야? 범인인가? 왜 저딴걸 부탁이랍시고 요청하지?

저런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이영이는 왜 저렇게 무력하지 등등.

 

그날 죽은 나는 웹툰의 매력은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영이 곁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의심스럽다.

친구로 보였던 애가 범인 같기도 하고.

범인 같던 애가 친구로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더 다음 편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 미치게 만든다.

 

계속 S에게 일방적인 부탁을 받던 이영이 S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때 만난 여자아이에게 너도 '우리'구나 라는 말을 듣게 된다.

S에게는 이영이와 같은 아이들이 무수히 많았던 것이다.

 

어떤 사소한 계기로 약점을 잡히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

무수히 많은 우리라는 이름의 아이들.

 

S를 찾고자 했던 이영은 S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결국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배척당하게 된다.

마치 이전의 소미처럼 왕따가 되어버린 것.

 

그렇게 절망 속에 있던 이영은 향조를 만나게 된다.

같은 반이지만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던 아이.

이영의 눈에 향조는 어른스럽고 멋져 보인다.

소심하고 눈치 보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향조에게 기대고 의존한다.

 

향조만이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주었기 때문에

더 집착하고 기대려는 마음이 생겼을 것도 같다.

 

솔직하게 말할게.

나는 네가 '우리'와 관련 있다고 해도 상관없어
사실은 네가 S여도 괜찮아!
내게 무슨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든 신경 안 써.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할게.
그러니까… 끝이라는 말만큼은 하지 말아 줘…
내가 이제 너 없이 어떻게...

 

라는 주인공 이영의 처절한 고백에 향조는 말한다.

 

자신을 놓지 마.

자기 자신을 꼭 쥐고 있지 않으면

탐내며 다가와

친절하고 상냥한

웃는 얼굴의 악마가.

 

향조는 어른스럽게 포장되어 있었지만, 염세적인 아이였다.

아등바등 살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이영의 눈에는 오히려 그게 자신과는 다르다며 어른스럽다고 느꼈던 것.

 

향조의 과거 이야기가 웹툰 중반 이후부터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 처참하고 끔찍해서 차마 쓰기가 힘들다.

 

뭐라 정의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가족폭력이라 해야 될지.. 사람의 심리에 대해 교묘하게 파고들어

향조네 가족을 무너뜨린 어떤 싸이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왜 제목이 그날 죽은 나는인지.. 소미나 이영이보다도

향조의 입장에서 이입해보니 제목이 더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대부분 이야기의 끝이 그러하듯,

그날 죽은 나는 웹툰도 이영이가 영원히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다.

향조에게 위로받고, 또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영은 모두와 똑같은 평범한 우리에서 S를 무너뜨리는 한 사람이 된다.

 

이 웹툰은 사건의 사건이 계속 물려 있고

과거의 과거가 또 물려 있다

단순 학교생활이나 친구와의 관계, 왕따 얘기인가 싶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끔찍한 내용이 숨겨져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의지할 곳 없이 무너진 무기력한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사람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웹툰이었다.

 

향조가 말했듯 자기 자신을 절대 놓으면 안 되겠다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나는 그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건 내가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다.


나는 문을 열어 줄 수는 없었지만
네가 문밖으로 나왔을 때
나란히 걸을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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