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나의 모순적인 감정들에 대하여
사람은 누구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내 슬픔과 고통을 가까운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다. 과거에 그런 것들이 약점이 되어 나를 공격했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 안의 힘든 이야기는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자신의 힘든 감정을 나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이상하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 사람이 나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된다. 이런 내 모습이 가끔은 이해가 안 간다.
내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아픔이 나에게 되돌아왔던 경험들 때문이다. 나의 솔직함이 상대방에게는 무기로 느껴졌던 순간들. 그 경험들은 지금도 나를 경계심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설령 친한 사람일지라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혼자만의 울타리 속에 갇히게 된다. 이 울타리 안에서는 아무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도 나를 깊이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방어막은 나를 지켜주지만,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맺는 데는 장벽이 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는 많은 것을 공유해 주길 바란다. 그 사람의 고통과 슬픔, 힘든 이야기를 나와 나누어주길 기대한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지 않을 때,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평소와 다르게 힘들어 보이길래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친구는 아무 일도 없다고 웃어넘겼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친구에게 정말 큰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가 그 친구에게 아무런 위로도 해줄 수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 친구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느껴졌다.
결국 나는 내 감정 속에서 내로남불을 발견하게 됐다.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신뢰와 공유를, 정작 나는 주지 못한다. 믿음이 부족한 나의 성격은 나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복잡하다. 내가 가진 이 모순적인 감정들로 인해 나는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정말 신뢰를 원한다면, 나 자신부터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모순적인 감정조차도 결국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이런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늘 쉽지 않지만, 그런 고민 속에서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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