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흘렀으면
오늘 친구네 강아지를 만났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볼 때마다 여전히 귀엽다. 겉모습만 보면 어린 강아지 같지만,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나이란다. 사람 나이로 치면 지긋한 할아버지라니, 그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10살이 넘었다고는 하지만, 친구네 강아지의 외모는 여전히 애기 같다. 작은 몸집에 초롱초롱한 눈망울까지 그대로라, 겉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행동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전에 없던 실수를 하거나 자주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인다.
나는 가끔 친구랑 만날 때만 잠깐 보니까, 이런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친구는 매일 보는 일상이라 그 변화를 천천히 받아들이겠지만, 나는 간헐적으로 보니까 시간의 흐름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사실 전에는 안 그러던 애가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몸이 불편해서 내는 소리인지, 단순히 나이가 들어 기운이 없어진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불편한 것 같은 소리도 자주 내고 피곤한지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시간이 조금만 더 느리게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간다. 1년마다 나이를 4~7살씩 먹는다고 하니,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은 왠지 평소랑 다른 강아지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다. 사람은 늘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반려동물은 오직 오늘 하루에 집중한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가 소중한 거다.
친구네 강아지가 조금 더 천천히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다. 아주 오래 장수하는 강아지가 되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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