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미루지 말고 지금 즐기자
어릴 때 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항상 마지막에 남겨두곤 했다. 외동으로 자라서 그런지, 누가 내 음식을 뺏어갈 일도 없었고, 좋아하는 걸 마지막에 먹는 게 더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한입에 가장 맛있는 걸 먹으면서 식사를 마무리하면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습관이 얼마나 순진하고 어리석었는지, 성장하면서 점차 알게 됐다.
외동으로 자라는 동안 나는 경쟁이라는 걸 몰랐다. 누가 나보다 먼저 손을 뻗거나, 내 음식을 가져가려 하지 않으니 느긋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좋아하는 음식은 늘 마지막으로 미뤘다. 가장 맛있는 걸 남겨둔다는 건 나에게 행복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깨지기 시작한 건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게 되면서였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식사는 온전한 개인의 영역이 아니다. 항상 내 몫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공유되는 음식을 나눠 먹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좋아하는 음식을 마지막에 먹으려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음식이 다 사라져 버리곤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내 몫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따윈 관심 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을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남겨두는 동안, 사람들은 그걸 내가 관심 없어하는 줄 알고 자연스럽게 가져갔던 것이다.
이런 일을 통해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좋아하는 건 미루지 말고, 가장 먼저 즐기자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가장 먼저 먹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결국 더 행복한 식사를 만드는 길이었다.
이건 단순히 음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뒤로 미루거나 하고 싶은 걸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선택해서 바로 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사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가끔은 좋아하는 음식을 남겨두고 마지막에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면 가장 먼저 즐기려고 노력한다. 내가 충분히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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