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입맛도 변하고

며칠 전 인터넷으로 약과를 주문했다.
기대했던 맛은 아니라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는데 자꾸 먹다 보니 과하게 달지 않고 적당히 먹을만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구분하고 한번 먹었을 때 맛이 없다고 느낀 음식은 잘 먹지 않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입맛도 변하고 내가 처음 접한 그 음식이 그 맛이 아닌 경우도 더러 있었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 있는 맛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그냥 특별히 그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유난히도 맛없게 조리된 경우도 있었다.

목에 걸려 고생했던 생선이나 대추는 아직도 먹을 때마다 긴장이 되지만 어릴 땐 좋아하지 않았던 프라이드치킨을 성인이 되고부턴 양념치킨보다 더 좋아하게 됐다.

없어서 못 먹던 초콜릿은 질리도록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이제는 초코 음료보다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난 내가 아메리카노를 내 돈 주고 사 먹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내 식성 변화 중에 가장 놀라운 일이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먹던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던 내가 생각난다. 그토록 싫어했던 쓴 맛.

이제는 내가 그걸 돈 주고 사 먹는다. 당연하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아메리카노를 처음 시킨 날 몇 모금 안 먹고 버렸던 나인데, 이제는 물보다 아메리카노를 먼저 찾는다.

디저트를 먹으면서도 초코를 시켜 먹던 나인데, 이제는 디저트도 잘 안 먹고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찾아 먹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모두 변해도 나는 그대로인 것 같았는데 식성이 변한 만큼 나도 꽤나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보다 참을성은 없어졌는데 감정은 점점 무던해진다.

어린 나는 울었을 어떤 장면을 보고 눈물 한 방울 안 나오는 순간마다, 누군가의 무례로 상처받을 때마다 예전보다 덜 슬프고 덜 아픈 것을 보니.

덜 찾을 뿐 그래도 나는 여전히 초코를 좋아하고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애기 입맛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다음번엔 싫어했던 음식을 하나 더 찾아서 먹어봐야겠다. 지금의 나는 그걸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