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내성이 안 생겨요

by 보통의아이 2023. 11. 20.
반응형

요즘 너무 나이 먹은 게 느껴져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절대로 눈물은 안 보이고 싶었는데
눈물을 보이는 건 지는 것 같잖아요

근데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나오네요
슬픈 일은 아무리 겪어도 내성이 안 생겨요
주변사람의 슬픈 일에도 눈물이 나요
눈물이란 게 참 신기하네요
인간의 몸이란 게 정말 신기합니다

나는 이렇게 흔들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중입니다
나보다 더 큰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들은 어쩜 그리 강인한지 모르겠네요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태어난 김에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는 그게 웃기지가 않더라고요
나는 그게 너무 공감되고 씁쓸하더라고요
태어났으니 그냥 살고 있는 거죠
하루하루 살아내는 거고 늙어가는 거겠죠
매일을 버텨내는 기분이에요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날도 많아요
그런데 늘 공허해요
가족의 정이 너무 그리워서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이젠 잘 알아요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게 됐죠
되돌릴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는 것도요

모든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안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나는 늘 떠올릴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슬퍼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슬픈 마음이 지워지지 않네요

사실은 내가 그들을 대신해 눈물을 흘리는 건
그 사람을 통해 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 오래전 혼자 슬피 울고 있던
그 시절의 혼자인 내가 겹쳐 보여 그랬습니다
힘없고 어리고 기댈 곳 없던 가난뱅이 20대의 나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의 내가 겹쳐요
그래서 자꾸 남의 슬픔에 눈물을 쏟아냅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의 슬픔에 나의 슬픔을 겹쳐 보아서
당신을 위로하는 척 그때의 나를 위로해서

 

반응형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지랖  (2) 2023.11.22
주절주절(+11월 21일 독도대첩)  (0) 2023.11.21
타오바오 왜 혼자 반품중..?  (0) 2023.11.19
우연히 들려온 노래  (0) 2023.11.17
특별한 이유 없이  (0) 2023.11.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