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추워서 좋다.
얼어 죽을지언정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뜨끈한 장소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좋다.
춥고 차가운 겨울이 좋다.
여름은 언제나 짜증스러운 기억뿐이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
겨울도 추운 곳은 견딜 수 없이 싫지만 여름처럼 미치게 짜증스럽지 않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도 좋고 가끔 내려주는 눈도 좋다. 물론 내리고 쌓이고 녹는 그 과정은 짜증 나지만 눈 자체는 참 예쁘고 좋다.
노곤함이 느껴지는 겨울 아침도 싫진 않다. 추워서 전기장판과 이불을 방패 삼아 미적거리는 그런 순간들도 꽤 기분 좋다. 입김이 서리는 것도. 두꺼운 점퍼 주머니 안에 핫팩과 함께 손을 녹이는 것도.
나는 봄에 태어났는데 왜 이렇게 겨울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태어난 계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혹시 내가 태어난 그 해 봄은 추웠던 걸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명확한 이유를 붙이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냥 좋고 싫은 경우들도 더러 있으니까.
근데 요즘 겨울이 생각보다 춥지 않고 눈보다 비가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게 좀 슬프다. 이러다 언젠가 눈을 볼 수 없는 그런 날이 오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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