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를테면 별거 아닌 일에도 나를 괴롭히는 고객이나 반대로 별거인 일에도 별거 아닌냥 처신하는 업체들.
요번에 나화나를 보며 나도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
나는 너무 친절해야 된다는 강박에 빠져 내 잘못도 아닌 것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과를 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내 잘못도 네 잘못도 모두 내 잘못인양 버릇처럼 습관적으로 사과를 뱉어왔다.
흠. 회사에서 고객을 만날 때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고 일하는 게 당연한 건 맞지만 왜 나는 내가 고객일 때도 호구처럼 당하며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왔는지 모르겠다. 아니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되려 나를 나쁜 사람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다.
열받아도 꾹 참고 예의 있게 문의하면 사람을 호구로 보고 대충 응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상을 부려야 달래주며 떡 하나 더 주는 사람들 때문에 점점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상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뒤에서 욕할지언정 지랄발광을 해야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뭐라도 하나 더 해결해주려고 한다.
정말 너무 열받는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친절한 사람에겐 더 친절히, 발광하는 사람에겐 더 냉정하게 FM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편이다. 지랄발광 떨어봤자 너한텐 더 줄 거 없다는 식으로. 근데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업무처리를 하다 보니 결국 나는 상사에게 불려 가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그 고객 놈에게 해야만 했다. 싸우지 좀 말라며!
이게 한두 번이면 괜찮은데 진상들에게 친절해야 된다는 게 나는 너무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열받아서 소리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니까. 그래서 눈치 볼 사람 없이 내 업무를 보려고 눈을 돌렸는데 세상 어딜 가나 진상은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후.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혼자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상엔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지랄보존의 법칙이 존재하기 마련이란 걸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혹여나 그런 인간이 진짜 아무도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 집단에서는 내가 바로 그 또라이라는 사실도!
정말 평온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엔 자극을 주는 일들이 너무 많다. 혼자 살 수 있는 만능형 인간이라면 정말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고 싶은 심정인데, 문명 밖에선 하루도 버틸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 열받지만 화병을 쌓아가며 하루하루 버텨본다.
이렇게 열받는 날이 있으면 또 어떤 날은 행복한 날도 즐거운 날도 있으니 꾹 참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