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다. 어제 내가 한 일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기억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번씩 떠오른다. 슬펐던 일도 기뻤던 일도 가슴 설렜던 일들도 그렇게 한 번씩 생각난다.
사람은 좋았던 과거의 기억들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데 다행히 내게도 그런 기억들이 있다. 오랜 친구들과 옛날 얘기를 무한 반복해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좋았던 기억들은 몇 번이고 생각해도 매번 행복하고 즐거웠다. 지금은 내 곁을 떠나고 없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과의 즐거운 기억들만 떠올린다.
과거가 미화된다는 건 참 좋은 장치다. 슬픈 과거가 생각나면 잠시 슬퍼했다가 다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차피 이미 확정된 과거인데 바꿀 수도 없는 것을 슬퍼하며 현재를 망치긴 싫으니까.
감정은 실체가 없어 통제하기가 힘들다. 그러고 보면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참 우습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번 계획을 세우고 또 그걸 스스로 망쳐버리는 짓을 하는 것도 어이없다. 나란 인간이 너무 모순 덩어리인 게 싫다가 다 이런 거지 뭐, 라며 금방 잊는 것도 웃기다.
가끔 나를 궁금해하던 네가 생각난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이 없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져 주던 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 줬던 너. 나보다 나를 더 궁금해하던 네가 나도 참 궁금했었는데. 어떤 것들을 보면 내가 생각난다고 했던 것처럼 나도 어떤 것을 볼 때마다 네가 생각난다.
우울한 기질을 갖고 있는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던 너와의 기억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내 삶에 가장 지탱되는 기억들이 되었다. 좋았던 기억들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말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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