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래된 친구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에는 최대한 만나려고 한다. 정말 오래된 친구들이다. 사는 방식도 성격도 외모도 제각각이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분명 맞지 않는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서로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게 친구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잘 맞아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성향이 달라지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점점 연락이 줄어들다가 자연스럽게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어릴 때는 한동네에 살면서 매일 만나고 같은 반 친구로 만나 매일 얼굴을 보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 보던 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점차 매일 하던 연락이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 두 달.
학교 다닐 때는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지 매일 하루 반나절을 꼬박 쉬는 시간마다 얘기를 하고도 집에 와서 컴퓨터로 핸드폰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특별한 용건이 있어야 연락을 하고 만나는 사이가 된 거다. 물론 아직도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지만 그 빈도가 많이 줄었다.
근데 그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예전처럼 매일 얼굴 보고 사는 게 아니니 오히려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지고, 공감대도 조금씩 달라진다. 똑같은 주제로 얘기를 해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입장도 다르다. 부모가 된 친구는 부모의 입장에서 미혼인 친구는 미혼의 입장에서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다.
그렇지만 우린 여전히 친한 친구고 오래된 친구고 힘들 땐 서로 위로하고 응원한다.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고 편들어 주고 힘들 때는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결국 끝나기 마련이고, 오래도록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한 친구들보다 그런 약속 없이 덤덤하게 연락하던 친구들과 오히려 더 오래 관계를 지속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지내던 어떤 친구는 몇 년간 연락하지 않았었지만, 내 어머니의 부고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주었고 그 이후로 한 번씩 다시 연락을 주고받게 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사람 관계란 늘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모두 끼리끼리다. 아무리 친했어도 결국 나와 맞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관계가 끝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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