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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차라리 술맛을 모르는 게 낫다.

by 보통의아이 202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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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연말이라 평소보다 술자리가 잦았다. 딱히 술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됐다. 먹을 때는 알딸딸하게 취해서 기분이 좋고 쭉쭉 잘 먹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찾아오는 무시무시한 숙취다.

원래부터 술을 먹으면 딱히 해장하거나 숙취 해소제를 먹지는 않고 그냥 누워서 미련하게 버티는 편이었다. 그래도 적당히 잘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데 이제는 두통이 정말 미친 듯이 온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면 다시는 술 많이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술맛을 잘 모른다는 거다. 나는 술이 그다지 맛있지 않고 달게 느낀 적이 없다. 평소보다 덜 쓰네 정도로는 느껴봤지만 딱히 맛있지 않다. 이런 얘길 하면 누군가는 '너는 인생의 쓴맛을 아직 모르는 거다'라며 자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우습다.
타인의 인생을 재는 것도 본인의 힘듦을 훈장인 듯 자랑처럼 말하는 것도 그저 우습다. 누구나 내가 받은 상처나 슬픔이 가장 아픈 법이다.

나는 내 인생의 아픔을 타인과 나누지 않을 뿐이다. 내가 술맛을 모른다고 해서 더 편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술에 의존하며 살다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보단 차라리 술맛을 모르는 게 낫다.

다행스럽게도 술맛을 몰라 알콜 중독이 될 일은 없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저, 너무 분위기에 취해 평소보다 많이 먹고 숙취가 생기는 일만 조금 줄이면 될 일이다. 그리고 이제 미련하게 참지 않고 숙취 해소제든 두통약이든 챙겨 먹어야겠다. 이젠 참는 게 잘 안 되는 나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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