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 아파.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가?
정말 이런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손가락 까딱하기도 귀찮다.
가족이란 대체 뭘까.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라던데 자식 된 입장에서도 함께한 시간이 짧다 보니 크게 정이 있지 않다. 나는 반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 아빠에게 연락이 오면 그렇게 부담스럽다. 또 뭐가 필요해서 연락 한 건지.
가끔은 정말 밥 먹자고 연락이 오는데 만나면 맨날 똑같은 얘기 똑같은 잔소리에 어색한 공기가 숨이 막힌다. 서로 다정한 성격도 아니고 남보다 못한 관계로 살아왔으니 충분히 그럴만하지.
그리고 사는 지역도 끝에서 끝인데 한 번씩 만나자고 할 때 중간 어디쯤에서 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는 것도 솔직히 좀 별로다. 몸이 안 좋아 그렇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예전에 한 번 불편한 마음을 말했더니 더는 명절에 오라고 연락하지 않는 건 참 다행이다.
서로 딱히 애틋하지도 않은데 그냥 어쩔 수 없이 연락하는 느낌이다. 잊고 살다가 가끔 서류로 묶여 필요한 순간마다 나를 찾는 느낌.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에 서류들.
아무튼 내 어린 시절 기억에 그 사람은 무서웠기 때문에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늘 두려워했다. 그러다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도 더 이상 싫은 건 하지 않게 됐기 때문에 싫은 건 싫다 말하고 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도 뜬금없이 연락해서는 당장 내일 식사를 하자는 거다. 그 문자를 보는 순간 짜증이 올라오고 머리가 아파왔다. 예전 같았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불편하지만 내일 갔겠지. 하지만 나는 내일 갈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도 백프로 나를 다 보여줄 수 없고 거리를 두는 이유는 가장 친했어야 할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가장 큰 결핍. 하지만 더는 채우고 싶지도 채울 수도 없는 그런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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