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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페이커 선수의 자책 영상을 보고 마음 아파 쓰는 글.

by 보통의아이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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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롤 경기를 다시 좀 챙겨보고 있다.
그런데 보는 경기마다 티원이 조금 부진해서 속상한 마음이 컸다. 이기는 경기도 아슬아슬하다고나 할까.

그렇게 경기를 챙겨보면서도 페이커 선수가 자책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유튜브로 이것저것 팬들이 올리는 재밌는 영상을 보다가 알고리즘에 페이커 자책 영상이라는 게 있어서 클릭해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짐짓 로봇 같은 선수였는데 그렇게 겉으로 감정 표현을 격하게 하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최근에는 다시 경기를 힘겹게 이기긴 했는데 이기던 지던 멘탈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정상 가장 꼭대기에서 영원히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상에 한 번 오르는 일조차 쉽지 않다.

또한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이기기만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흥미도 잃을 거다.

다만 어떤 인터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감 없어하는 페이커 선수의 인터뷰가 너무 마음 아팠다. 오래전 인터뷰에서는 나보다 잘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이후 어떤 인터뷰에서는 다시 정상에 오를 자신이 없다고 하는 인터뷰 내용이 너무 마음 아팠다.

페이커 선수는 처음부터 엄청난 실력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 명성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다른 선수들보다 큰 비난을 받는다.

사실 나한테도 페이커 선수는 늘 1등이고 우승자였다. 나는 원래 특정 팀이나 선수보다도 이기는 팀을 좋아했다. 내가 티원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무도 티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꾸 선수들이 바뀌었다. 그래도 성적이 좋게 나오고 잘한다 기대된다 싶었지만 선수들은 끊임없이 변경됐다.

점점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어느 순간 흥미를 잃게 되어 경기 자체를 보지 않게 됐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롤드컵에서 한참 부진했는데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여 롤드컵만 몇 번 챙겨봤던 거 같다. 그때마다 항상 티원에 남아 있던 페이커 선수를 응원했다.

나는 티원이 1등이라 좋았다. 잘해서 좋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페이커 선수가 잘하는 게 너무 좋았다. 어느 순간 티원이 더 이상 일 등이 아니어도 나는 티원을 응원했다. 팀이 지는 경기에서도 페이커 선수가 너무 잘해서 그게 멋있었다.

결국 모두 자기 밥벌이하는 거고 돈 찾아 꿈 찾아 이적하는 거겠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한 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좋았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페이커 선수를 응원하는 팬이 됐다. 아마 페이커 선수가 더 나이를 먹고 이제는 은퇴를 해야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나빠져도 응원할 것 같다. 물론 슬프기야 하겠지만.

모든 것을 이루고 모두가 찬양할 때 최고의 자리에서 떠날 수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현역으로 경기를 하는 것도 좋다.

지금 티원 선수들 다섯 명이 월즈에서 우승을 하고 이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모두 재계약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다시 경기를 좀 챙겨보게 됐다. 다섯 명 모두 너무 잘하고 귀여운 선수들이라 더욱 티원을 응원하게 된다.

경기를 유튜브로 보곤 하는데 익명이라고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부디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롤은 항상 패치다 뭐다 계속 인게임이 변경돼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경기력이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사실 그래도 늘 상위권이다.

잘해주길 바라는 욕심 때문에 1등 하길 바라는 욕심 때문에 괜히 더 부진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이기는 게임만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졌을 때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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