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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 아이.

by 보통의아이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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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좋지 않아 일요일 내내 잠을 잤다.

그리고 그 아이가 꿈에 나왔다.

내 밑에 있던 남자애. 나보다 한참 어린 20대의 푸릇하고 생기 넘치던 아이.

그 나이치곤 어른에게 능글맞고, 그 나이에 맞게 젊음을 즐기던 그 아이.

첫인상만 보고 '뺀질하게 일 안 하게 생겼네'라며 스스로 선을 그었지만, 생각보다 잔꾀 부리지 않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했던 아이. 그래서 나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었던 아이다.

회사에선 업무적인 얘기 외엔 사적인 얘기를 잘 주고받지 않던 나에게 자기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했던 아이.

그 아이를 보면 뭐랄까. 사랑받고 자란티가 난다고 해야 될까.

엄청 사랑받고 자란 거 같다,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진 게 아니고,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느낌. 내가 가장 바랬던 그런 가족의 형태.

나는 그 아이가 부러우면서 질투 났고 참 예뻤다.

온전히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참 구김 없고 당당하구나, 생각했다.

그 아이는 1년도 채 되기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 아직 군대도 학교생활도 남아있다고 했다. 좋아하는 여자와 연애하는데 회사가 방해되는 것 같아 그만두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업무를 교육한 사람 중 나보다 어린 사람은 그 아이가 아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래서 나름 예뻐하던 막내가 그만두는 게 아쉽기도 했으나 어딜 가서든 좋은 일만 있길 바랬다.

이토록 스치듯 지나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연인데 오늘 꿈에 그 아이가 나왔다.

예뻐하기도 했으나, 정말 많이 부러워하고 질투했나 보다.

꿈에서도 그 아이는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내 꿈인데 나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꿈에서 깼을 때 서글픔이 밀려왔다.

오늘은 부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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