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를 스친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나에게 다정했던 어떤 순간들이. 그 순간의 다정함이 나를 위로해 주었던 찰나가 생각난다.
한때는 정말 친했지만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나 지인들도 있고 정말 스치듯 길거리를 걷다가 내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들도 있다. 요즘 너무 무서운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잘 모르는 타인에게 위협하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지나쳐도 되는 일에 일부러 신경 써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구해주고 목숨을 잃는 그런 사람들도.
최근에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친구가 겉옷을 가방에 묶어 뒀다가 풀린 것도 모르고 그냥 길을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엄청 다급한 목소리로 뛰어오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뭔가 싶어 돌아보니 친구가 떨어뜨린 옷을 전해주기 위해 다급하게 나를 붙잡아 세운 것이다. 물론 주인은 잘못 알아봤지만 고맙게도 일행인 나에게 전달해 준 친절한 타인. 솔직히 그거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찾아준 게 정말 고마웠다. 나라면 그냥 지나쳤을걸?!
아무튼 요즘 보는 범죄 퀴즈 프로도 그렇고 안 그래도 없던 인류애가 점점 더 바닥을 기고 있었는데 한 번씩 이런 생각들을 하면 그래도 살만하다고 위로가 된다. 그래,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는지. 혼자이길 원하고 또 요즘은 워낙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 게 너무 좋긴 하지만 결국은 얼굴만 안 볼뿐 다 사람이 사람 도와가며 사는 세상이다.
그냥 오늘따라 뭔가 감정적인 기분이다. 뉴스에선 매일 누가 죽었다는 얘기만 나오니 너무 싱숭생숭해서. 훈훈한 누군가의 소식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만 겨우 찾아볼 수 있는데 솔직히 자극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기사는 댓글도 별로 없는 게 좀 씁쓸하기도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