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게임(The Game, 2008) / 2008.01.31. 개봉
가난한 거리 화가 민희도(신하균). 어느 날, 우연히 금융계의 큰 손 강노식(변희봉)으로부터 게임을 제안받게 되고, 단 한 번의 위험한 게임으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내기에 진 희도는 노식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뒤바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위험한 게임을 준비하는데…! <공식 줄거리>
승부는 단 한 번. 날 이긴다면 자네에게 저 돈을 주겠네.
인생은 어차피 도박이야.
도박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어.
자, 어쩔 텐가?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더 게임을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전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몇 장면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내기에서 민희도가 졌고, 무슨 일을 당했는지에 대한. 그 당시엔 이런 게 가능해?!라는 순수한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찾아보니 일본의 원작 만화가 있고 그것을 영화화한 것인 듯하다.
영화 보면서 신하균 배우의 풋풋한 얼굴을 보니 왠지 신기하고 좋았다.
예전부터 웃는 입꼬리가 너무 예뻐서 좋아했던 배우인데, 연기도 소름 끼치게 너무 잘한다. 변희봉 배우도 영화 더 게임을 보고 나서 인상에 확 남았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연기 잘하는 대단한 배우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두 사람이 만나서 게임을 할 때의 그 긴장감!
게임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번호를 불러서 랜덤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 사람의 성별이 여자인지 남자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되는 것. 영화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번호를 차례대로 선택해서 전화를 하는데, 하필이면 여자인 줄 알았던 전화의 주인공이 남자였다.
민희도는 전화받는 사람이 여자라는 것에 자신의 젊음을 걸었다. 단 한 번의 이 승부는 민희도와 강노식의 뇌 이식이라는 어마 무시한 결과로 돌아오고 젊고 건강한 몸을 갖고 있던 민희도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와. 솔직히 난 뇌 이식하는 장면이 너무 소름 끼쳤다.
어렸을 때는 그 장면을 보고 받은 충격이 너무 강렬해서 꽤 오래 그리고 길게 인상에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니 내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화면이 지나갔다. 뭔가, 좀 더 길고 충격적이게 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보니 그냥 의사들이 기계처럼 제 할 일 하더이다.. 그래도 뇌만 딱 깔끔하게 이식하는 게 아니고 척추뼈? 까지 같이 이식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정말 징그러웠다.
왜 사람들이 같은 책이나 영화를 나이 먹어서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다던지, 새로운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식의 말을 하는지 알 것도 같지만 솔직히 이 영화는 조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된 것도 있다.
어렸을 때는 참 잘 짜인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소재는 참신했지만 중간 부분이 붕 뜨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줄거리 소개에서 보면 모든 걸 빼앗긴 민희도가 다시 몸을 돌려받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처럼 소개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내용이 많이 없다. 처음에 서로 만나서 몸을 뺏기게 되는 게임을 하고, 그 이후엔 몸을 뺏은 강노식이 젊음을 뽐내며 신나게 즐기는 내용, 몸을 뺏겨 늙은 몸을 갖게 된 민희도가 힘겨워하면서 강노식을 찾아가려고 시도하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걍 제발 나 좀 만나주세요 이런 느낌이지 위험한 게임을 준비한다! 이런 느낌은 아니라는 것.
다시 몸을 돌려받기 위해 게임을 준비하는 게 아니고 그냥 겨우겨우 어찌저찌 찾아가니 강노식이 친히(?) 기다려 주고 있었다.
이번엔 너의 기억을 걸어 보는 게 어때
너의 뇌 중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만 이식하는 거지!
너로 살다 보니까 욕심이 좀 생기더라고
네가 이기면 다시 돌아가는 거고
내가 이기더라도 넌 기억이 없어지니까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거야
민희도는 결국 강노식과 다시 게임을 했다.
더 게임 말미에는 첫 번째와는 다르게 게임의 승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누가 이겼는지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지만 다시 이식을 하는 장면에서 의사와 강노식의 대화를 보면 강노식이 승부에서 이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요상하게도 기억 이식 후 민희도는 강노식의 모습보단 본래 민희도에 가까운 모습으로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여자 친구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강노식의 습관을 보여주며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직접 영화를 보게 된다면 끝에 나오는 반전 때문에 이게 진짜 민희도인지 민희도에 탈을 쓴 강노식인지. 열린 결말이 되어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간다.
사실은 너무 다시 보고 싶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단 내 기억이 많이 왜곡되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영화 더 게임이었다.
그런데 강노식 말대로 게임에 지더라도 기억까지 잃는다면 차라리 그게 고통받지 않는 일인 걸까? 내가 나였던 기억조차 잃은 채 그냥 누군가의 껍데기로 살다 죽는다면 그건 참 비참한 일인데, 기억하지 못한다니. 아이러니하다.
뇌에 크기와 세포마저도
맞아떨어지는 확률을 찾아낸 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승부는. 회장님만 한다고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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