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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 기생충(PARASITE, 2019), 줄거리 및 감상

by 보통의아이 201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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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PARASITE) / 2019.05.30 개봉

 

 

친구의 추천으로 영화 <기생충>을 봤다.

처음 포스터와 제목만을 보고는 불륜 영화인 줄 알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불륜 영화로 오해했고 별로 땡기지 않아 영화를 보지 않았다. 불륜영화 아니냐는 내 질문에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보기나 하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맘에 안 든 건지 나는 한동안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생충을 봤다며 줄거리를 얘기하기 시작하여 사실은 이 영화가 불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영화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생겨 드디어 나도 기생충을 봤다.

 

처음 네 식구가 옹기종기 식탁에 모여 밥을 먹는데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게 어떤 건지 한눈에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핸드폰 요금도 내지 못하여 타인의 와이파이를 몰래 끌어다 쓰는 지경이었다. 네 식구 모두 일자리가 없는 백수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들인 기우가 친구의 소개로 고액 알바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서서히 영화 기생충에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기우는 과외를 하기 위해 일말에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명문대생으로 속이고 포장한다. 어차피 자긴 언젠가 그 명문대에 들어갈 거라며. 이때 기우의 아버지인 기택이 그의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다."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오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기생충 영화가 나오고 핫할 때 한창 예능에 많이 나왔던 그 대사였다. 계획이 있다는 말이 뭐가 재밌어서 그렇게 여기저기서 썼는지 의아했는데 영화 패러디인걸 아는 사람들 입장에선 반가웠을 것 같다.

 

 

다시 영화 얘기를 좀 해보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가족은 좀 특이했다.

딸인 기정이가 위조문서를 만들고, 아들은 그 위조문서를 들고 과외를 하겠다며 당당히 집을 나서는데, 부모들은 말리기는커녕 응원을 하고 덕담을 한다. 오히려 자랑스럽다며 부추기기까지 하니 보통 사람의 상식선에서는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저렇게 뻔뻔하고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백수로 지냈는지 좀 의아했다.

기우가 부잣집 사모님의 니즈를 파악하여 여동생 기정이를 미술과외선생으로 꽂는 내용까지만 해도 똑똑하게 잘 속이네, 정도로만 생각하며 영화를 봤었는데 그 이후 내용들이 정말 충격에 연속이었다.

 

딸인 기정이는 아직 백수로 지내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 기택을 이 집에 운전기사로 만들기 위해 잘 일하고 있던 운전기사에게 누명을 씌워 일을 잘리게 만든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 집에 주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게 운전기사를 쓰레기로 만들어서 집주인 스스로 쫓아내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 사람은 엄마, 즉 기택의 부인인 충숙까지 집 안에 들이는 데 성공한다. 무서울 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기존에 이 집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모두 몰아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네 사람 모두 그곳에선 가족인걸 내색하지 않고 타인처럼 속여가며 줄줄이 사탕으로 그들의 집에 기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치 기생충처럼.

 

그러다가 집주인네가 캠핑을 한다며 집을 떠나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데, 기택의 부인 충숙 대신 일하다 잘린 가정부 아줌마가 급작스레 집을 방문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둑한 밤에. 사정사정을 하며 놓고 온 게 있다고 꾸역꾸역 집 안에 발을 들인 가정부 아줌마 문광은 듣도 보도 못한 지하실 문을 찾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곳에는 문광이 두고 온 물건이 아닌 아무도 몰래 숨겨두고 보살피던 남편 근세가 있었다.

 

 

이쯤 되면 왜 영화 제목이 기생충인지 정말 충분이 공감이 된다.

기택네 가족이나, 문광네나 아주 기생충처럼 이 집안에 붙어 살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물론 주인 부부도 겉으로는 상냥하고 친절한척하며 뒤에서는 그들끼리 일하는 사람들을 욕보이며 아랫사람 보듯 깔본다. 하지만 내 집에 나도 모르는 사람이 쥐새끼처럼 몰래 살고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일이다.

 

영화를 보는 초반 내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무언가 긴장감이 고조되는 느낌이 있었다.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다만 그 느낌은 기택네 식구만의 문제로 주인부부에게 들키거나 서로 물고 뜯게 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었다.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전개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결국 서로 기생하며 살고자 했던 기택네와 문광네에 혈전으로 모든 것이 망가지고 끝이 나고 만다. 여러 사람이 죽고 기택네 가족이 법에 심판을 받는 내용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데 뒷맛이 좀 씁쓸했다. 마지막에 아들 기우가 독백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결말은 각자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서 열린 결말 같은 느낌도 좀 난다.

 

내 경우엔 이 장면들을 기우가 독백하는 그대로 먼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에 머물러 있는 내용으로 해석했다. 앞으로 꼭 그렇게 될 수 있게 돈을 벌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다려달라고. 그렇게 먼 미래를 기약하는 장면으로 해석했다.

기생충은 제목만큼 내용이 좀 찝찝했지만 잘 만든 영화같다. 나는 기생충처럼 노골적인 영화가 좋다. 돈 때문에 일하는 것. 우리 가족이 타인보다 소중하다는 것. 내 것, 내 사람이 먼저라는 것.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착하고 멋진 주인공 물론 좋지만, 기생충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내용의 스토리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집주인부부도, 기택네도, 문광네도 모두 자기 식구들을 최우선으로 위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무척이나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인 계획입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 일단 돈부터 벌겠습니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에는 저는 엄마랑 정원에 있을게요.

햇살이 워낙 좋으니까요.

아버지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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