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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 완벽한 타인(Intimate Strangers, 2018), 줄거리 및 감상

by 보통의아이 202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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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Intimate Strangers) / 2018.10.31 개봉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완벽한 타인을 봤다.

우선 제목부터 출연하는 배우들까지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일단 챙겨보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든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영화의 줄거리를 단순하게 말하자면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던 남자들이 부부 동반으로 커플 모임을 하게 되었고, 서로에게 비밀이 없다며 저녁을 먹는 동안 핸드폰에 오는 모든 내용을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하는 것이다.

 

정말 공포스럽지 않은가.

저런걸 게임이라고 아이디어 내다니. 요즘 핸드폰이 어디 그냥 전화만 받는 기기란 말인가?

그 작은 기기 안에 내 모든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는데! 비밀이 없다 한들 나의 개인적인 치부나 사소한 개인정보들이 누군가에게 다 까발려진다는 것은 너무 거북한 일이다.

 

그러나 이 커플들은 겉으로는 마치 단 하나의 비밀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게임을 시작한다. 아, 물론 떳떳하지 못한 몇 명은 껄끄러워 하지만 거부하는 순간 의심스러운 눈총을 받게 되는 게 두려워 마지못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는 이 식탁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매우 흥미롭게 그려냈다. 큰 이동 없이 배우들이 대화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있는데 긴장감이 고조되어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서로 칭찬하고 감싸주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 누군가에 핸드폰이 울리는 순간.

그 순간 모두 정적에 휩싸여 누구의 핸드폰이 울린건지 긴장된 표정으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말 별거 아닌 일로 전화가 오고 문자가 오기 때문에 다들 아무렇지 않게 내용을 확인하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갈등 없이 게임이 끝날 거라면 이 영화가 왜 만들어졌겠는가!

하나 둘 핸드폰의 울림이 더해질수록 점점 끔찍한 타인의 비밀들이 공개되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이 그냥 타인이 아닌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아도 착각인 경우가 많으니까. 나 역시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내 모습이 바뀌는 것을 느끼곤 한다.

친하고 허물없는 사이에겐 괴팍한 내 모습까지 보일수는 있어도 비굴한 모습.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하면. 아무리 친하더라도 개인적인 공간을 허락 없이 침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만난 타인에게는 조금은 수용적이고 너그러운 모습으로 나를 포장한다. 사실은 그리 다정한 성격도 아니고 기분이 나쁜 상황이더라도 몇 번은 참고 넘어간다는 말이다.

상사에게는 때때로 일처리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이 잘못 되었을땐 속으로 그렇지 않더라도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결국 모두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에 내가 100% 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내 단면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정말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완벽했던 타인들의 비밀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태수는 꼰대같은 모습으로 아내인 수현의 행동을 하나씩 지적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맞추기를 강요하면서 영화에 등장을 하는데, 예의를 중요시하고 여자는 여자답게 참해야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것처럼 등장한다.

여자 입장에서 일단 보는 내내 불편하긴 했다. 남자, 여자 성별을 떠나서 상대방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말투가 너무 싫었다. 수현이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죄인처럼 따르는 모습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서 솔직히 좀 꼴 보기 싫었다.

그러나 태수는 매일 밤 외간 여자가 보내는 몸사진을 수신거부도 하지 않은 채 받고 있었으며, 수현은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면서 뒤로는 부러워했던 사람을 욕하거나 자신만의 일탈을 하는 등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하고 있었다.

 

석호는 성형외과 의사로 겉으로는 점잖고 배려심많은 다정한 아빠이고, 아내를 사랑하는 모범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다만 아내 예진 몰래 투자를 잘못하여 곤란을 겪고 있으며, 임신을 통해 결혼을 하여 장인에게 언제나 무시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예진은 딸아이의 연애사를 숨기며 완벽한 딸로 만들고 싶어 했고, 자신이 임신으로 인해 결혼한 것을 후회하는지 딸이 임신을 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또한 사람들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으나 성형외과인 남편 석호를 두고도 성형에 대해 부정적인 강의를 했던 사람이 다른 의사에게 가슴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실도 공개되고 말았다.

정작 게임을 제시한 예진이 석호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준모는 아름답고 젊은 아내인 세경과 알콩달콩 사랑꾼 모드로 처음 등장한다. 너무나도 다정하고 응큼하게 세경이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만 보면 사랑꾼이라는 표현은 이런 사람에게 하는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준모는 그냥 카사노바. 바람둥이. 그 수식어가 더 알맞다고 생각됐다. 일터의 매니저와의 관계를 통해 임신한 것, 친구의 여자와 바람이 난 것. 그러면서도 아내인 세경에겐 너밖에 모른다는 식으로 애정을 갈구하며 다른 남자와의 통화에 불같이 화를 낸다. 역시 바람피우는 사람이 상대방을 의심한다는 말이 정설인 것 같다.

세경이는 구남친이 전화를 걸어 의심스러운 말을 하긴 했지만 별거 아닌 일로 마무리되었고 그 외에 딱히 큰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배. 이 커플 모임에 유일하게 홀로 참석한 친구였다.

여자 친구가 몸이 좋지 못해 혼자 왔다고 말했으나 사실 영배는 게이였다. 친구들에게 남자를 소개해 줄 수가 없어서 상처주기 싫어서 혼자 나타났던 것이다. 처음에는 말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핸드폰 게임으로 민수라는 남자가 연인이라는 사실을 타인에게 들키게 되는 것이다.

 

오래된 친구들의 모임. 커플 모임.

우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 아무리 친하고 깊은 관계라 하더라도 절대 내가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 모습까지 다 알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추하게 들춰지는 모습이라면 그 사람이 나에게 숨기고 싶어 하는 만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는 것도 서로에게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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