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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존신고, 그리고 오늘의 일상

by 보통의아이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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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신고, 그리고 오늘의 일상

요즘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다. 그래도 꾸역꾸역, 습관처럼 글을 써본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존신고’다. 수익을 위해서도 쓰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어떻게 되었을 때, 내 흔적을 누군가 알아차려주길 바라는 마음. 요즘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고독사라는 단어가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나도 이제 어린 나이는 아니라서, 이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건강했는데,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금방 체력이 떨어진다. 몸이 하나둘 낡아가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예전에 ‘식샤를 합시다’라는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신문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신문을 읽으려고 구독한 게 아니라, 어느 날 문 앞에 신문이 쌓이기 시작하면 누군가 그걸 보고 알아채주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그 장면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고독사는 어느 시점에 그렇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며칠에 한 번씩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마지막 글이 언제 올라왔는지만 봐도, 누군가는 내 흔적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특별히 범죄 혐의가 없는 이상 누가 그렇게까지 신경 써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방식대로, 내 생존을 기록한다.

오늘은 오후에 이마트에 다녀왔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갔는데, 정작 원하는 건 없고 한 시간 넘게 매장만 뺑뺑이 돌았다. 내일은 휴무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카트 줄에 치이고, 아주 기가 다 빠져버렸다. 대충 먹을거라도 사올까 했지만, 저녁거리 한 줌 사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끔찍해서 그냥 돌아왔다. 결국 오늘의 엔딩은 배달 음식이다.

정말, 너무 기 빨리는 하루였다. 평일 낮에 갔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마트 망하나 싶었는데 오늘 보니 그냥 그날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오늘의 생존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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