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얌전한 아이였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나는 병원에 간 적이 없다
물론 더 어릴 때는 종종 다쳤겠지만
나는 병원이랑 별로 친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나에게는 트로피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왜냐면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젠 병원이랑 친해지려니 어색하다
난생처음 이런저런 검사니 물리치료니 하는데
기분이 아주 이상하다
넘어지거나 다쳐서 가는 게 아니고
내 몸이 낡아서 간다는 게 웃프기도 하고.
어릴 때 건강하다고 몸 건강에 신경을 안 쓰니
결국 이렇게 크게 되돌아오네
후폭풍이 너무 커서 좀 당황스럽다
사는 동안에 크게 아프지 않고 잔잔하게 살다가
편하게 죽고 싶은 게 내 노후의 로망인데..
크흠.
건강은 후불 청구형 이란 말에 너무나 공감된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