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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술을 먹었을 때 그 몽롱함이 좋고 함께하는 술자리의 그 분위기가 좋다. 기분 좋은 그 느낌.
그렇지만 선은 지키려고 한다.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만 먹는 게 딱인데 가끔 인사불성으로 취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같이 먹는 사람이 그러면 정말 버려두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꾹꾹 눌러 담는다.
술은 슬퍼서 먹는 것보다 기쁠 때 먹거나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만나서 한 잔 하는 게 좋다. 슬플 때 먹으면 감정조절을 잘 못하고 우울한 얘기만 늘어놓게 되니까.
난 절대 알코올중독자는 안될 것 같다.
가끔 인생이 너무 써서 술이 달다며 나에게 너는 술맛도 모르는 평탄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웃음도 안 나온다.
얼마나 대단한 인생을 살았길래 남의 인생을 재단하시는지. 그저 내 눈엔 꼴불견일 뿐.
술 먹을 때마다 술의 힘을 빌려 신세한탄을 매번 반복하는 것도 참 고역이다. 나는 이제 감정쓰레기통으로 사는 것에 너무 지쳤다. 이젠 내게 이롭지 않은 감정들을 주는 사람들은 다 쳐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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