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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by 보통의아이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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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느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빠랑 연락하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엄마에게 다녀왔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라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웃으면서 살라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행복하게 살라고.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모든 말씀들에 그리하겠다,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대답해 드렸는데,

별안간 이모가 우셨다.

나도 울고 싶었지만 이모를 위로해 드렸다.

울지 마시라고. 잘 살고 있다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너무 멀리 있어 못 찾아가 미안하다며,

막내였지만 먼저 떠나간 동생이 생각났는지,

그렇게 계속 전화기 너머로 우셨다.

 

이모에게 죄송하지만 솔직히 받기 싫었다.

이모는 항상 내게 아빠랑 연락하라며,

세상에 하나뿐인 피붙이라며 잘해야 된다고 한다.

한 번씩 들여다보라고.

 

나는 항상 그리하겠다, 대답하지만.

걱정하실 당신을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고 전화를 끊을 뿐이다.

 

어렸을 땐 솔직하게 싫다고도 해봤지만.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 건 너를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피붙이라는 말. 지긋지긋한 말.

저항할수록 되돌아오는 똑같은 말에 이젠 그냥 답정너를 시전 중.

 

진짜 내 삶이 어떤지 궁금하신 게 아니라

내게 행복해야 된다고 주입하는 것 같은 기분.

 

이모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이 이토록 다른데..

내가 어찌 미주알고주알 떠들 수가 있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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